[천자칼럼] 예비군

입력 2015-08-24 18:06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평시에는 민간인으로 생업에 종사하다 비상시에만 군인으로 나서는 예비군. 18세기 영국이 급여를 절반만 지급하면서 전시에 동원할 수 있는 예비장교단을 구성한 게 효시다.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에는 거의 모든 나라가 도입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졌지만 의외로 예비군 의존율이 높다. 남북전쟁 때 남군(80%), 북군(96%)의 절대다수가 예비군이었고 6·25 때도 30%나 됐다니 놀랍다. 모병제 국가에 예비군이 많다는 건 역설적이다. 오랫동안 실무를 익힌 베테랑 군인이 많은 데다 참전 수당이 두둑한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미국 예비군은 현역(145만여명)의 절반을 넘는 85만여명에 이른다. 미 국방부의 현역 축소 정책에 따라 예비군의 지위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우리처럼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의 예비군도 막강하다. 인구 780만여명에 현역이 17만여명, 예비군이 45만여명이다. 이 덕분에 아랍연맹군이 속죄일 명절에 기습공격을 가한 4차 중동전 때 이스라엘이 하루 만에 전국 예비군을 동원해 반격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40세 이후까지도 복무한다.

우리나라 예비군은 1968년에 생겼다.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한 1·21 사태를 穩綏?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창설했다. 정부 수립 후 이승만 대통령이 잠시 운영했던 호국군이 예비군으로 부활한 것이다. 복무 연한은 1988년까지 35세, 1994년까지 33세였다가 지금은 전역 후 8년까지다. 2020년이 되면 4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인원도 320만여명에서 150만여명으로 줄어든다.

북한은 교도대와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예비군 숫자가 770만명이나 된다. 전체 인구 2500만명 중 미성년자와 노약자를 뺀 남성 대부분이다. 정규군도 120만명으로 남한의 두 배다. 그러나 전투력은 다르다.

북의 포격 도발 이후 SNS에는 ‘전투복 꺼내 놨다’는 예비군들의 글이 수천건 올라왔다. ‘재입대해서라도 가족을 지키겠다’는 젊은 예비역들의 댓글도 줄을 이었다. ‘이번에는 응징하겠다’는 페이스북 글에 사흘간 15만여건의 ‘좋아요’, 1만2000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그 사이 북은 ‘전쟁 공포 때문에 남한 예비군 절반 이상이 훈련장을 이탈했다’거나 ‘해외 도피 행렬로 항공권값이 10배 뛰었다’고 선동했다. 그런 뉴스 화면을 본 예비군들은 조소를 머금으며 군화끈을 다시 묶었다. 한때 ‘방위병’과 ‘중2’ 때문에 못 내려온다던 건 우스갯소리라 치지만 이번에는 북이 진짜 움찔했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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